요즘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 온통 개발관련된 공부만하다보니, 책 읽을 시간이 자연히 부족해졌다. 그런 와중에 30분씩이라도 시간을 쪼개어서 읽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는 감칠맛 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밀리의 서재를 통해서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동안 세트 사이의 잠깐 잠깐 시간에 책을 읽고 있었다. 그때 읽고 있던 책이 '비상식적 성공법칙'이라는 책이었다. 꽤나 흔한 자기계발서이지만, 분명 유익했다. 흔히 알 수 있는 성공에 대한 조언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던지, 그런 조언들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언급한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다.
이 책을 읽던 중 본인이 어떻게 바쁜 와중에도 많은 책과 지식을 섭렵할 수 있었는지를 소개받았다. 바로 오디오북이다. 본인은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오디오북을 듣고, 그것을 통해서 수 없이 많은 지식을 얻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도 이전에 윌라라는 어플을 통해서 버스를 타고 왔다갔다 하는 동안 책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오디오로 들었던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질 않아서 1-2달 듣다가 그냥 접어버렸다. 이번에 다시 오디오북에 대한 자극을 받게 되었다. 지금은 꽤 적합한 시기인 것 같다.
지금은 딱히 버스를 타고 움직이거나, 어디 이동을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지 않다. 이런 이동의 순간에는 손과 시선이 자유로우니 밀리의 서재를 읽을 수 있다. 오디오북 보다는 유익한 것이다. 나는 귀로 듣는 것보다는 눈으로 보는 것이 좋다. 휴대폰으로 보는 것 보다는 종이로 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종이로 보는것이 여의치 않으면 휴대폰으로 책을 읽고, 휴대폰으로도 책을 보는 것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오디오북을 듣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지금이 딱 그런 시기다.
지금 나는 거의 모든 시간에 개발을 공부하고 있고, 개발공부에 집중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 와중에 다른 시간이 생긴다면 밥을 먹는 시간, 헬스하는 시간, 주짓수 도장에 왔다갔다 하는 시간, 샤워하고 나와서 머리를 말리고 화장품을 바르고 옷을 입는 시간이다. 이런 시간들의 특징이 있다면, 휴대폰으로도 뭔가를 보기가 애매한 시간들이라는 것이다. '비상식적 성공법칙'에서 오디오북을 소개해줄 때 이 시간들이 생각났다. 아 이 시간을 통해서 책을 '듣자'
그래서 윌라앱을 뒤적거렸고, 맨 처음으로 읽게 된 책은 '탁월함의 발견'이다.
오디오북의 특성상 정확한 문장이나 기억하기 어렵다. 때문에, 책을 듣고 난 이후의 소감, 인상 깊었던 무언가를 기록할 뿐이다. 어쩌면 오디오북의 장점이라면, 책이 이야기하는 세세한 이야기는 뒤로하고, 핵심만 남겨두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무엇이냐? 바로 나다워지라는 것이다. 이 책은 탁월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그렇다면 탁월함과 나다움을 찾는 것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저자가 말하는 탁월함이란, 우월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탁월함은 '고유성'이다. 자신만의 고유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스토리가 지금의 시대를 살아갈 힘이 된다는 이야기다.
책의 핵심을 이야기했으니, 의식의 흐름대로 유익했던 내용들을 기록해보겠다.
1.나는 나다움에 동의한다 :
나는 전반적으로 책의 이야기에 동의하는 편이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나다움'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한 때 굉장히 심취해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니다. 이것은 언제나 용기가 필요한 것이고, 꽤나 세상을 거스르는 것이다. 생각보다 돈을 추구하는 것은 나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인정받기를 요구하는 것도 나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순간에 떠올릴 수 있는 표면적인 욕구들은 나다움과 거리가 멀 가능성이 크다.( 이것에 대한 논증은 여기서 이야기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 )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내가 감동을 받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위해선 우선 차분해져야한다. 차분해진 다음 그것을 실행하고자 할 때는 세상의 반대를 무릅써야 한다. 그 반대란 무엇이냐? 단기적인 유익이다. 대부분 우리 삶에 놓여진 의무는 돈과 관련이 크다. "취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 스펙은 있어야해" 그리고 그 스펙을 채우기 위해서 내 삶의 시간을 쏟아붓는 것은 진정 나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당장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데,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도전한다? 이건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당장 돈을 버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인데 이것을 하겠다? 이때 다가오는 부담이 바로 세상이 나에게 주는 반대다.
이런 반대를 거부하고 진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가? 진짜 나 자신이 되기 위한 선택의 순간들을 내 삶에 만들어가고 있는가? 그러나 그런 반대를 무릎쓰고 진짜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나갈 때, 진정 세상을 살아갈 힘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생에서 훨씬 더 승산있는 싸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돈이든 행복의 관점이든.
2.조르바 :
나는 그리스인 조르바 라는 책을 매우 감명깊게 읽었다. 내가 아는 사람 중, 조르바는 가장 '나 다운' 사람이다. 언제든지 삶에 몰입할 준비가 되어있는 그런 사람. 모든 순간이 자연스러운 사람. 그가 움직이는 모든 행동들이 스토리가 되는 사람. 이 책을 읽는 내내 다시 그 조르바가 떠올랐다. 다시 조르바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그래도 요즘 계속 영어를 공부하는 중인데, 원서를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곧바로 구매했다.
3.고흐 이야기 :
고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고흐는 원래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신학을 전공했다. 뒤늦게 그림에 빠졌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볼품없었다. 아니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볼품없었다. 그러나 고흐 자신은 자신의 그림체를 사랑했던 것 같다. 자신이 그리는 그 그림체를 끝까지 고집했다.
그렇다고 고흐가 배고픔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림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유명해지고 싶었다. 유명해져야만 그림이 팔렸고, 넉넉히 빵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그림체를 고집했다. 자신만의 세계를 고집했다. 그리고 오늘날의 고흐를 우리는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책에선 이런 예술가들을 자주 소개한다. 자신만의 세계를 끝까지 구축한 사람. 자신만의 세계를 끝까지 밀고 간 사람.
4. 욕망의 수준 :
책에서 욕망의 수준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었다. 어떤 일본 회사에서 혁신 어쩌구하면서 나왔던 이야긴데, 기억이 안난다. 기억나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욕망의 수준이 곧 그 회사의 수준을 결정한다. 무슨말일까.
일본 차의 퀄리티가 수준 높은 이유는, 일본인들이 차에 대해서 가지는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의 통신 속도가 빠른 이유는, 한국인이 통신 속도에 대해 가지는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책에 나온 그 어떤 회사는 본인 회사의 고객들의 욕망의 수준을 교육하겠다는 것이다. 고객의 욕망의 수준을 교육해서 한껏 끌어올리면 자연스럽게 회사의 퀄리티도 높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것은 우리의 인생에도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서 가지는 욕망의 수준만큼 성장하게 될 것이다. 나는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내 삶을 욕망하는가. 나는 어떤 방향으로 내 삶을 욕망하는가.
5. "굳이" 의 순간들 :
"굳이 그렇게까지 해?" 라는 순간이 많아야 한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는 것들이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책은 질문한다. 당신은 굳이 그렇게까지 한 순간이 언제였습니까?
내 삶을 돌아보면 굳이 그렇게 했던 순간들이 몇몇 있다. 나는 학교에서 발표할 때, 피피티를 만드는게 재미있었다. 굳이 내가 피피티를 만들었다. 그리고 잘 만드는게 좋아서, 굳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다. 요상한 애니메이션도 집어넣고, 원하는 사진 한 장을 찾기 위해서 몇시간 동안 인터넷을 돌아다닌 적도 있다. 아니 사실 피피티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발표하는 것도 좋아했다. 학교에서 어떤 모임이 있을 때, 굳이 나는 발표를 자청했다. 그곳에서 내가 읽었던 책들, 느꼈던 생각들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했다. "굳이"했던 것들이다. 분명 이것들 외에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굳이" 그렇게까지 하는 것들이 진짜 나다움을 만들어갈지도 모르겠다. 지금부터라도 '굳이'의 순간에 조금 더 주목해봐야겠다. 그런 순간들을 늘려야겠다.
6. 무의식의 바다에 돌을 던지기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가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그것을 비교한 것이 마음속에 쏙 들어왔다.
아마추어는 이 정도만 하면됐지! 하면서 그만두는 순간들이 있다. 예를 들어서 어떤 피아노 곡을 연주한다고 할 때 아마추어는 그 곡을 다 외울 수 있을 정도가 되면 그만둔다. 그러나 프로는 다르다. 그 곡을 다 외우지 못해서 계속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진작에 다 외웠지만, 계속해서 반복한다. 반복하는 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무의식의 바다에 계속해서 돌을 던진다. 이런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심층적 차원으로 계속해서 들어간다. 프로는 이렇게 한 곡을 연주하며 자신의 음악의 세계를 대중에게 보여준다.
이미 정해진 완벽의 기준을 넘어서, 자신도 알 수 없는 더 높은 경지로 계속해서 나아가는 행위.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 프로의 자세다.
이런 프로의 자세를 듣는 것 만으로도 가슴에 영감이 막 차올랐다.
윌라를 듣길 잘한 것 같다. 위에 나열한 짬짬의 시간들을 활용하면 하루에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은 2시간은 족히 나오는 것 같다. 오디오북은 4-6시간 정도 되는 것 같으니 3일이면 오디오북 한 권은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 이 오디오북을 듣는 행위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좋다. 분명 좋은 에너지를 얻고 있다.
탁월함의 발견은 나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었다. 예전부터 인문학을 좋아했던 나는 이런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어왔고, 나의 의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런 생각들에 자극을 받지 않다보면, 다시 세상의 부담에 휩쓸리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책을 읽으며 다시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왜 개발자가 되었는가? 나는 무엇을 개발하고 싶은가? 어떤 개발자가 될 것인가? 그냥 연봉 많이 받는 개발자가 될 것인가? 세상에 단 한 명 밖에 없는 '노예찬'이라는 개발자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이런 고민들이 다시 싹트기 시작했다.